tvN '유퀴즈' 캡처
tvN '유퀴즈' 캡처

[헤럴드POP=김지혜 기자] 직업에 꼭 맞는 운명적인 이름의 자기들이 등장했다.

10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은 '이름이 나의 운명' 특집으로 꾸려졌다.

가장 먼저 공군 박격포 상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름의 뜻을 묻자 박 상사는 "아버지께서 지어주셨다. 한자는 아니고 말그대로 박격포를 연상해 지으셨다고 한다"며 "월남전 참전을 하셨는데 옆에 박격포 소대가 있어 너무 멋있어보였다고 한다"고 밝혔다.

개명 생각은 없었을까. 그는 "슬기라는 친구가 이름으로 놀림을 많이 받는다며 개명을 했던 적이 있다"면서 "저도 그때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아버지께 말씀드렸는데 단호하게 안된다고 하셨다. 오래 기억되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고 하셨다"고 개명 생각을 접었던 이유를 전했다.

다만 자녀들의 이름은 평범하게 짓고 싶었다며 "남들에게 너무 튀지 않는 이름이었으면 했다. 기억에 남는 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잘했을 때는 좋게 기억되지만 실수를 하거나 나쁜 인식을 주면 그 또한 오래 남기 때문에 최대한 평범한 이름(을 원했다)"고 이야기했다.

다음으론 산부인과 임신복 간호사가 나왔다. 기독교 집안이라 신자 돌림을 사용했다는 이 이름에 대해 임 간호사는 "고등학교를 동생과 같이 다녔는데 임신 자매라고 유명했다. 되게 곤혹스러웠다"고 이름으로 놀림을 받았던 과거를 회상했다.

불만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다른 형제들은 크게 불만이 없었는데 특히 제가 놀림을 많이 받았다. 아버지한테 말하니 의아해하시더라. '예쁜 이름이잖아' 했다"며 "'임신할 때 입는 옷이잖아' 하니 그때야 아셨다. 그때는 따로 임산부를 위한 옷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교사가 꿈이었다가 아버지의 제안으로 간호사의 길을 가게 됐다는 그. 임 간호사는 "이름에 대한 반응이 좋다. 산모 분들이 많이 오셔서 제 명찰을 보시고 웃으신다. 혹시 가명 아니냐고 이야기하신다"며 "이름으로 인해 보람된 일이 많았기 때문에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친정 엄마 같은 간호사였구나'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세 번째로 등장한 이는 수원과학대학교 건축과 김노동 교수. 그는 당초 제작진의 섭외를 거절했다가 한달 뒤 '유퀴즈' 측에 연락해 다시 출연 가능 여부를 물었다고.

이에 섭외가 성사된 김 교수는 "제가 거절하니 아내가 자식들한테 상황을 이야기했나보다. 자식들이 유명한 프로라고, 나가고 싶어도 나갈 기회가 없어서 못나간다고 하더라"며 "한 달 동안 생각 끝에 나가도 괜찮겠다 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름 특집 역시 김 교수의 거절로 보류됐다가 마침내 론칭이 가능해졌다는 것.

김 교수는 "원래 제 이름은 동섭이었다. 어릴 때 저희 집앞을 지나가던 스님이 이름을 노동으로 하면 성공할 것 같다고 해서 바꿨다고 한다. 어머니한테 들은 이야기"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린 시절 이름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김 교수는 "평범한 일상이 제일 좋았고 그렇게 희망했던 것 같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름이 불리자 기뻤던 순간에 대해선 "89년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가운 입고 단상에 올라가는데 그때는 이름이 좋더라"고 답했다. 또 "학생들이 잘 돼서 나중에 찾아오거나 밤늦게, 12시 넘어서도 전화를 한다. 현장에서 보니까 궁금해서 여쭙니다, 그런 것도 기분 좋다 .살아온 것에 만족한다. 학생들에게 인정 받고 가족들과 건강하게 지내는 것이 만족"이라며 인생의 보람을 이야기했다.

합천 우체국 오세용 집배원도 등장했다. 그는 이름으로 인한 에피소드로 이미 과거 '스펀지' 방송에도 출연한 적이 있었는데, 우편물 배달 예정 문자에서 '합천 우체국 오세용'이라는 문구로 인해 정말로 사람들이 우체국을 찾아왔다는 이야기였다.

개명에 대한 고민을 묻자 그는 "영화 아저씨의 원빈이 멋있더라. 원빈으로 해볼까 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입담을 자랑했다. 또 집배원이 천직인 것 같다며 "촌으로 다니니까 여러 어르신들이 글을 몰라 봐달라고 하시기도 하고, 심부름도 해드리곤 한다. 공과금을 도와드리거나 소포에 좋아하시는 걸 보면 천직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뿌듯함을 전했다.

마지막 주인공은 배태랑 소방관이었다. 8개월차 신입 소방관이라는 그는 "아직까지 정신이 없고 많이 배워야겠구나 생각이 든다. 이름만 배태랑이구나 싶다"며 "'태랑아 니 이름처럼 잘해야지' 많이 말하신다. 조금 부담이 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배 소방관의 아버지 배몽기 씨 역시 같은 소방관이었다. 배몽기 씨는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며 "제 이름도 심상치 않다"고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으며 "제 이름이 특이하잖냐. 몽키다, 망치다, 몽키스패너다 놀린다. 독특해서 내가 아이를 낳으면 멋진 이름을 짓자 했다. 클 태에 사나이 랑으로 배태랑으로 지었다"고 설명했다.

아버지를 따라 소방관이 됐다는 배태랑 소방관은 "소방학교 교육을 받고 마지막 졸업식에서 한명 한명 발령지와 이름을 이야기해줄 때. 동래소방서 배태랑, 하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라. 동래소방서가 아버지가 처음 근무하셨던 소방서이기도 하다"고 이름으로 기뻤던 순간을 전했다. 또 "전 정말 살면서 저희 아버지가 제일 멋있다고 생각한다"고 아버지를 향한 존경심을 덧붙여 배몽기 씨의 흐뭇한 미소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