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예술인상'에 참석한 배우들/사진=민선유 기자
'아름다운예술인상'에 참석한 배우들/사진=민선유 기자

[헤럴드POP=이현진 기자]

'기생충'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6명의 예술인들이 아름다운 예술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보아트홀에서는 '제9회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수상자 김지미, 정동환, 최수종과 하희라 부부, 김보라 감독과 대리 수상을 하러 온 배우 송강호가 참석했다. 뿐만 아니라 시상식을 개최하는 재단법인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 안성기를 비롯해 배우 이순재, 안성기, 손숙, 유지태, 이영애, 김용화 감독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아름다운 예술인상' 시상식은 지난 한 해의 영화·연극분야에서 뛰어난 활동을 한 대표적인 예술인을 대상으로 영화예술인, 공로예술인, 연극예술인, 선행부문인 굿피플예술인, 그리고 신인예술인까지 총 5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 각 부문 2,000만 원 씩 총 1억 원의 시상금과 상패를 수여한다. 올해는 영화예술인 부문 봉준호 감독, 공로예술인 부문 김지미 배우, 연극예술인 부문 정동환 배우, 굿피플예술인 부문 최수종·하희라 부부, 신인예술인 부문 김보라 감독이 선정됐다.

시상식을 주관하는 '신영균예술문화재단'은 현재 배우 안성기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2011년 1월에 설립되어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씩 예술인자녀 등 416명에게 학비를 지원한 장학사업과 예비 영화 인재 81명에 대한 단편영화 제작지원사업, 한국영화의 미래인 어린이 743명에게 영화체험 교육사업을 시행해왔다.

본 시상식에 앞서 안성기는 "개인적으로 모든 것이 10년은 되어야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신영균예술문화재단도 내년이면 10주년이 되는데, 그럼 더욱 인정을 받고 좀 더 안정적으로 재단을 운영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내년에는 젊은 영화인들을 지원하는 '필름게이트' 사업에 보다 집중하여 많은 젊은 영화인들에게 용기를 주려 한다"라고 계획을 밝혔다.

배우 김혜자, 이영애, 유지태, 최수종, 하희라/사진=민선유 기자
배우 김혜자, 이영애, 유지태, 최수종, 하희라/사진=민선유 기자

또 안성기는 "올해 한국영화 100주년이지 않나. 저와 김지미 선배님이 데뷔 동기로 62년이 됐다.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간 거 같다. 우리 재단도 100년을 향해 멋지게 달려가겠다"고 말했다. 신순사의 문화예술 분야 현직 중견 언론인들이 심사에 참여해 선정한 결과, 봉준호 감독은 '영화예술인' 부문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2000년 영화 ‘플란다스의 개’로 연출활동을 시작해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설국열차’ 등 작품을 통해 1000만 관객의 성과와 작품의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올해 ‘기생충’으로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아쉽게도 해외 일정으로 불참했으나 송강호, 박명훈, 제작사 바른손 E&A 곽신애 대표가 대리 수상을 하며 끈끈한 의리를 보여줬다.

송강호는 "아카데미는 좋은 소식을 접하고 있고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봉준호 감독이 대리 수상을 부탁하면서 미안했는지, 상금을 떼서 소정의 금일봉을 하사하겠다는 달콤한 제안을 해서 여기 오는 발걸음이 가벼웠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송강호는 "젊은 예술가가 위대한 선배님들로부터 트로피를 받게 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도 한국영화를 빛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수종·하희라 부부는 지난해 유지태·김효진 부부에 이어 선행 부문인 '굿피플예술인' 트로피를 획득했다. 평소 선행의 아이콘으로 불려왔던 최수종, 하희라 부부는 연기 활동으로 바쁜 일정 속에서도 국내외 자선단체의 홍보대사로 앞장서며 봉사 정신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예술인 부부로서 모범을 보여왔다.

하희라는 "너무 감사드린다. 저희가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을까, 올라오기 전에 한참 많이 생각했다"라며 "항상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그래도 좋은 영향력을 끼쳐 드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해왔다. 20대 때는 어쩌면 나만 생각했었다면, 30대가 들어서면서부터는 '우리'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우리'에 가족·친지뿐만 아니라, 지금은 얼굴도 모르는 분들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게 '우리'를 생각하면서 열심히 걸어나가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하희라는 "오늘의 이 자리는 남편 덕분"이라고 덧붙이며 연예계 대표 사랑꾼 부부다운 달달한 소감을 전했다. 최수종 역시 "아니다. 하희라가 있었기에 제가 있는 거다. 같이 긍정적인 생각을 해주지 않았다면 이런 자리가 있을 수 없었을 거다. 앞으로도 더욱더 노력하겠다"라고 '아내 바보' 면모를 드러냈다.

배우 김지미, 정동환, 최수종, 하희라, 김보라감독
배우 김지미, 정동환, 최수종, 하희라, 김보라감독

'공로예술인' 부문 트로피의 주인공은 김지미였다. 공로예술인 수상자인 김지미는 "1957년에 배우가 돼서 오늘날까지 왔지만 배우 외에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다. 영화계에 나와서 머물다 가는 게 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 상이 발전해서 많은 영화인들에게 모범이 되고 후배들에게도 모범이 되도록 해 영원히 아름다운 모임을 갖도록 계속 노력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뽑힌 게 쑥스럽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 감사하다"고 덧붙여 박수를 받았다.

정동환은 '연극예술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지난 1969년 연극 '낯선 사나이'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정동환은 올해 데뷔 50주년을 기념하며 선보인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고도를 기다리며'를 선보인 바 있다. 정동환은 "저 같이 연극하는 사람들도 이런 귀한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신 이 재단에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정동환은 "연극은 어렵고 힘들다. 게다가 보상도 없다. 그게 또 인생인지 모르겠다"며 "그래도 척박한 땅에서 연극하는 선배님, 선생님들 덕분에 오늘의 내가 있다고 생각해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밖에 없다. 현장에서 고생하고 댓가 없는 일을 하시는 연극계 선배님들, 선생님들, 내 동료들, 손숙 선배님, 이순재 선생님, 김혜자 선생님, 전무송 선배님까지 이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신인예술인' 부문 트로피는 김보라 감독에게 돌아갔다. 김보라 감독은 올해 장편 데뷔작인 '벌새'로 베를린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김보라 감독은 "이렇게 귀한 상을 받게 돼서 굉장히 감사하고 뭐라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느껴지고 있다. 처음에는 혼자 애를 쓰면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런 과정 속에서 영화라는 게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시상식에서는 배우 윤정희에 이어 이영애가 신임이사로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해 해당 재단에 "영화인들을 위해 써달라"라며 1억 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다음은 각 부문 수상자

-영화예술인상: 봉준호 감독 -공로예술인상: 김지미 -연극예술인상: 정동환 -굿피플예술인상: 최수종·하희라 부부 -신인예술인상: 김보라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