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박수정 기자] 프로듀싱 회사 모노트리(MonoTree)가 신인 보이그룹에 대해 이유 있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모노트리는 황현, 이주형, G-HIGH, 신아녜스, 추대관, GDLO 등 실력파 작사, 작곡가들이 모인 프로듀싱 회사로, 소녀시대 ‘러브 이즈 비터(Love Is Bitter)’, 샤이니 '방백', 레드벨벳 '데이 원(DaY 1)', 인피니트 '그리움이 닿는 곳에', 소녀시대 '첫눈에', 레이디스코드 '갤럭시' 등 특색 있고 완성도 높은 곡들로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
모노트리는 올해 보이그룹 온앤오프를 전담 프로듀싱하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모노트리는 여러 아이돌 그룹과 작업하며 음악성을 검증받았지만, 하나의 앨범을 전체 프로듀싱하며 데뷔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것은 온앤오프가 처음이다.
온앤오프는 B1A4와 오마이걸을 탄생시킨 WM엔터테인먼트가 6년 만에 선보이는 7인조 보이그룹. WM엔터테인먼트 또한 국내 프로듀싱팀과 본격적인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B1A4는 멤버 진영의 프로듀싱으로, 오마이걸은 외국 작곡가를 중심으로 앨범을 제작했다. WM엔터테인먼트와 모노트리가 만나 온앤오프의 콘셉트와 색깔을 완성해 기존 K-POP과는 다른 색을 만들어냈다.
모노트리는 온앤오프에 사활을 걸었다. 여러 아이돌로부터 러브콜을 거절하면서 온앤오프 작업에 몰두했다. 황현 작곡가는 “모노트리 전담으로 담당한 것이 온앤오프가 처음이다. 온앤오프가 데뷔하는 것 자체가 모노트리가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느낌이다. 온앤오프가 정말 잘돼야 한다”며 “이것을 준비하면서 신인들에게 곡을 안주고, 온앤오프에만 집중했다”고 밝혔다.
온앤오프의 콘셉트는 ‘탈케이팝(脫K-POP)’이다. 그룹명과 동명의 데뷔곡 ‘온앤오프’는 칠 아웃 하우스(Chill out house) 장르를 바탕으로 기존의 K-Pop에서는 드문 스타일의 곡이다. 벌스에서 멤버 각각의 개성과 보컬이 눈길을 끄는 노래로, 온앤오프만의 남다른 색을 담았다.
황현 작곡가는 “온앤오프 콘셉트 자체를 '탈케이팝'으로 잡았다. 케이팝 아이돌의 공식이 있다. 대부분 남자 아이돌은 멋있는 폭풍 같은 인트로로 시작해 후렴구에 쏟아지는 떼창을 갖춘다. 온앤오프는 후렴구가 없는 대신에 벌스를 중심으로 한명 한명을 돋보이게 만들고 후렴구에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려고 한다”며 “음악 색깔도 멜론 차트보다 UK차트에 있을 법한 스타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팝처럼 음악 장르에 나라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없다. 케이팝 자체가 그 정도로 충분히 컸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우리 안에서 소비해야 할 음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작부터 글로벌로 가자고 만든 음악이다”라고 말했다.
온앤오프의 음악에는 모노트리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WM엔터테인먼트는 모노트리의 장점을 그대로 수용했고, 음악색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줬다. 황현은 “모노트리의 장점은 타협하지 않은 세련됨이다. 회사에서 그것을 알아서 하게끔 만들어줬다. 조율 과정들이 있었는데 WM에서도 남들 안하는 것을 하고 싶어 했다. 뻔하지 않고, 특이한 것을 요구했다. 그렇다면 우리도 고마웠지”라고 음악 작업 과정을 공개했다.
모노트리는 마음껏 색깔을 펼쳤기 때문에 온앤오프에 대한 애착도 더 크다. 황현은 “이런 음악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겠지만, 회사들의 플랜에 어울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더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수록곡에 얽힌 운명 같은 일화도 있다. 황현은 “5번 트랙 ‘캣츠 왈츠(Cat`s Waltz)를 신아녜스와 작업했는데 미디엄 템포곡이 있으면 좋을 거 같아 고양이를 주제로 가사를 썼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쓴 귀여운 곡이다. 그런데 WM 이사님이 알고 쓴 거냐고 해서 무슨 말인가 싶었더니 MK가 망원동에 길고양이맘으로 유명하다고 하더라. MK를 따라 멤버들도 같이 먹이를 나눠줘서 회사 근처에 망원동 길고양이들이 항상 모여있다고 한다”며 “모르고 썼는데 마침 스토리텔링이 됐다”고 웃었다.
모노트리 GDLO가 쓴 수록곡 '오리지날'은 온앤오프의 포부가 그대로 담긴 곡이기도 하다. “이 세상은 생각보다 아주 작고 넌 그보다 커”, “숨기지 마 너의 모든 걸 보여줘 그대로의 너”라는 가사가 눈길을 끈다. 황현은 “가사 내용 자체가 누굴 따라하려고 하지 말고, 자신이 오리지날이니까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뜻이다”며 “정말 좋은 실력을 가진 애들이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신아녜스 또한 “온앤오프는 잘될 것 같다”며 “많은 아이돌과 작업했다. 작업실에서 보면 느낌이 오는 애들이 있고, 바로 파악이 된다. 연습생 시절 멤버들을 봤는데도 느껴지는 느낌이 잘될 거 같았다”고 말했다. 황현은 “보통 아이돌마다 계열이 있는데 온앤오프는 대세인 스트릿 계열이 아니다. 긍정적이고 건전한 느낌이다”고 색깔을 말하자 신아녜스 또한 “말간 느낌, 수채화 느낌”이라며 온앤오프의 깨끗하고 청량한 매력을 전했다.
온앤오프가 가진 매력과 실력이 모노트리가 이들을 프로듀싱한 진짜 이유였다. 황현은 “제안을 받는다고 다 작업하는 건 아니다. 남자아이돌은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가야 한다. 대형기획사는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획사는 희생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선택하는 데 있어서 고민이 많았다”며 “온앤오프 사진을 먼저 보니 맑지만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감성적인 느낌이 있다. 얼굴만 봤을 때는 춤을 추지 못할 줄 알았는데 춤출 때 완전 달랐다. 밝지 않았던 그 매력이 확 튀어나왔다. 녹음을 해보니까 노래도 신인치고 잘한다”고 말했다. 이어 “MK는 한국인의 색이 아니다. 저스틴 비버 같다. 효진이는 한국 사람이 좋아할 심금을 울리는 한이 서린, 호소력 짙은 보이스가 있다”고 말했다.
활발한 음악작업을 펼치는 모노트리의 올해 목표는 온앤오프의 성공이다. 모노트리는 “온앤오프를 잘 만드는 것이 큰 목표다. 다들 다작한다고 하는 것 같은데 사실 맡은 팀이 많지는 않다. 회사에 맞추는 곡보다는 모노트리 색깔로 음악을 계속 하고 있다. 맡은 그룹들 모두 하나하나 다 자식 같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