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원희 / 이지숙 기자
배우 고원희 / 이지숙 기자

[헤럴드POP=성선해 기자] '흔들리는 물결', 배우 고원희(22)에겐 유독 애틋한 기억이었다.

27일 개봉한 영화 '흔들리는 물결'(감독 김진도/제작 비밀의 화원, 청년필름)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게 된 연우(심희섭)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극 중 고원희는 암 선고를 받고 생의 연장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원희 역을 맡았다.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리라 믿고 기적을 찾는 여자다.

특히 고원희는 '흔들리는 물결'에서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왜 그는 시한부 환자 역을 실명으로 연기했을까.

고원희는 "나 자신을 많이 가져오고 싶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일부러 캐릭터를 구축해서 만드는 것보단 내가 가진 걸 자연스럽게 가져오길 원했다. 그걸 안 김진도 감독이 내 배역 이름을 원희로 바꿔주셨다. 내가 극 중 상황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고원희 역시 인생을 살아가면서 원희처럼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적이 있다. 그는 "늘 그래왔다.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나는 공부를 안 해도 수능을 잘 볼 거라는 믿음도 있었다"라며 웃었다. 밝고 당찬 극 중 원희의 모습 그대로다.

"사실 내게 원희 역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계기가 된 사건이 있었다. 영화를 촬영하기 전 몸에 작은 종양이 생겼다는 걸 알았다. 그걸 치료하기 위해 조직검사를 했었다. 그 기간이 지옥 같았다. 결과를 들을 때 정말 무섭더라. 나는 건강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막연히 내가 하는 일은 다 잘 되리라 자신했었다. 그런 확신이 그 일을 겪으면서 깨졌다."

영화 '흔들리는 물결' 스틸 / 무브먼트 제공
영화 '흔들리는 물결' 스틸 / 무브먼트 제공

개인사로 인한 감정이입 때문일까.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느냐'라며 절규하는 극 중 원희에게선 삶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그만큼 그는 깊이 배역에 몰입했다. 씩씩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원희는 그와 닮았다.

그런 원희의 곁에는 연우가 있다. 씩씩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갑작스럽게 사형선고를 받아든 원희와는 달리, 연우는 여동생의 죽음을 목격한 후 사람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부둥켜안으며 가까워진다.

고원희는 "극 중 원희와 연우가 처음부터 친하진 않다. 점점 가까워지는 관계다. 나와 심희섭 역시 실제로도 그랬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미리 친해진 상황에서 촬영에 돌입하면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이야기 방향에 맞춰 서로에게 한 발짝씩 다가갔다.

연우와 원희의 멜로신 중 고원희가 가장 아끼는 장면 역시 화려하기보단 소박했다. 연우가 준 고무줄을 손목에 끼고 다니는 원희의 모습이다. 그는 "연애 초기 때를 돌이켜보면 상대방에겐 별 의미가 없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의미 있는 물건들이 있지 않느냐. 나 또한 인형이나 펜 등 연인에게 받았던 것들이 떠올랐다"라고 말했다.

"요즘 자극적인 영화들이 많다. 또 관객들 역시 빠른 전개에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흔들리는 물결'은 그렇지 않은 게 오히려 강점이다. 일본과 대만 영화의 정서와 비슷하다. 나 역시 그런 순수함이 부러웠기에 정말 기다려온 영화다. 아마 나와 같이 생각하는 분들도 많지 않을까."

배우 고원희 / 이지숙 기자
배우 고원희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