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봉준호 감독이 로버트 패틴슨과 처음 손을 잡고 독창적인 SF 세계를 창조해 냈다. 여느 때처럼 봉준호 감독이 장르다.
영화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
지난 2022년 발간된 에드워드 애시튼의 ‘미키 7’을 원작으로 한다. ‘기생충’으로 전 세계를 사로잡았던 봉준호 감독의 6년 만의 신작이다. 그 기다림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반가운 귀환이다.

해당 영화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온갖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고, 죽으면 기억과 생체 정보를 저장한 채 새로 프린트되는 소모품인 ‘익스펜더블’이라는 인간 프린팅을 소재로 흥미를 자극한다. SF 장르에 짠 내 나면서도 섬뜩한 현실을 잘 녹여냈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처럼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로버트 패틴슨이 또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순한 맛 ‘미키 17’과 매운 맛 ‘미키 18’의 1인 2역을 완벽하게 소화해 냈다.
로버트 패틴슨은 1인 2역을 표현하기 위해 수많은 목소리 실험을 거치고, 이빨과 볼에도 특수분장을 하고, 걸음걸이까지 연구했다는 전언이다.

그뿐만 아니라 마크 러팔로는 첫 악역임에도 압도적이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봉준호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한층 더 강력하게 만든다. 토니 콜렛과의 환장의 독재자 부부 케미는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설국열차’, ‘옥자’, ‘기생충’ 모두가 섞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기도 하다. 그럼에도 인간성 상실의 시대에 대한 풍자로 재미, 메시지 다 잡았다. 봉준호 감독 작품 최초 멜로 요소로 차별성을 꾀하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은 “인간 프린팅이라는 개념에 매료됐다. 그 자체로 이미 비인간적이고 슬픔과 코미디가 함께 있는데 그 속에서 어떤 드라마를 발전시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각색하게 됐다”라며 “제목의 17이 17번 죽었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다. 죽을 때마다 새롭게 출력이 된다. 우리가 그동안 SF 영화에서 봐왔던 복제 인간과는 상당히 다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간 사회에 대해 심각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마음껏 풍자할 수 있다는 게 SF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공개 후 외신의 호평을 이끌어내고 있는 봉준호 감독의 인간 냄새나는 SF 우화 ‘미키 17’이 한국 관객들 역시 사로잡을 수 있을까. 러닝타임은 137분이며, 오는 28일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