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POP=김나율기자]뮤지컬 배우 옥주현이 20주년을 맞으며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옥주현은 지난 2005년 뮤지컬 '아이다'를 시작으로 약 20년간 뮤지컬계에 몸담았다. 옥주현은 올해만 해도 뮤지컬 '레베카',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그리고 '마타하리'까지 네 작품을 연달아 소화해 내며 꽉 채웠다. 뮤지컬 배우로서 20주년을 맞은 그는 어떤 마음일까.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에서 헤럴드POP과 만난 옥주현은 "'아이다'를 처음 시작했을 때, 뮤지컬 배우로서 어떠한 고지에 가겠다는 목표가 단 한 번도 있진 않았다. 무대에서 스스로 부족함, 부끄러움을 해소하고 싶었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 달렸던 시간이 흘러 여기까지 온 거다. 그 사이 저에게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이 저를 더 크게 만들어준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다. 시련이 됐건, 행복이 됐건 그렇다. 사실 행복할 때가 더 불안했다. 뮤지컬에서 상을 주면 '왜 상을 벌써 주시지?'라고 불안해했다. 지금 이 순간, 다 같이 단합해서 하는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열린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 그 의미를 더 명확하게 알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예전의 저를 떠올리면 '뭘 해야 하는가'를 너무 생각했다. 지금은 생각하지 않고 하고, 살고 있다. 아주 어렸을 때, 뮤지컬 새내기였을 때 당연히 살고 있는 선배님들을 보며 '난 언제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선배님들처럼 되었을 때 절대적으로 관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가장 무서웠다. 저 정도 연륜이 됐을 때, 내 보이스를 잘 컨트롤 못하면 죽고 싶을 것 같았다. 순서가 아니라, 정말 그 안에서 살게 된다. 그랬을 때 현타가 올 수 있지 않나. 기능이 안 되면 그 안에서 제대로 살 수 없다. 20년 통틀어서 어떤 지점에서는 그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깨닫고 발전하고 보존하려고 노력한 시간을 스스로 칭찬해 주고 싶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늘 메시지를 주는데, '너 그 배우 알아? 그 배우 레슨 좀 해줘'라고 한다. 친하지 않은 후배인데 레슨을 해준다. 그것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노래를 좀 잘한다고 생각하고 가수, 뮤지컬 등을 시작하는데, 단발성이 아닌 몇 개월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평균을 유지하는 게 어렵다. 그 방법을 제가 알게 됐다면 그걸 물려주고 알려줘야 하는 게 제 의무라고 생각한다. 여성 서사가 주가 되어서 나오는 작품이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발전했다. 제가 언제까지 지금의 옥주현일 수 없다. 다른 후배들도 잘 밀어주고 싶고, 보존하는 방법을 지금도 알려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생각하는 티켓 파워의 비결로 "그런 수식어가 너무 무섭다. 그냥 내가 해야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한다. 제가 어떤 작품이든 다 매진시키는 조승우 같은 사람은 아니다. 조승우는 정말 존경하고 친한 배우다. 그런 선배, 그런 배우가 가진 걸 공연하면서 볼 때 신뢰를 줄 수밖에 없게끔 하는 그 사람의 빈틈, 시간이 여실히 보이더라. 역시나 동료를 통해 볼 때 너무 감사하다. 티켓 파워를 갖고 싶다는 마음은 없다. 어느 순간 제게 티켓 파워 수식어가 붙는데, 저는 그런 작품도 있고 아닌 작품도 있다. 지금까지 쌓아 올려온, 그게 무엇이든지 간에 잘 발현된다면 티켓이 잘되지 않을까. 저를 보고 지갑을 고민하지 않고 티켓을 사게 하는 게 목표다. 티켓과 상관없이 영혼을 넣어 무대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령이 떨어진 후, 공연이 취소될 뻔한 위기가 있었다. "계엄령이 무섭다기보다는, 이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어?' 하는 게 메르스와 코로나였다. 국민 모두가 흔들려야 할 때 가장 많은 타격을 받는 게 예술이다.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없으니까. 언제 죽을 거로 생각하냐. 내일이 무사할 거로 생각하냐. 저는 그런 마음을 갖고, 주변에서 보면서 집을 나설 때 무사히 돌아오는 게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어떤 순서도 정해져 있지 않다는 걸 느꼈다. 세상에 일어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생각해서 모든 건 운명이고, 잘 살아가려는 마음뿐이다. 계엄령이 떨어졌을 때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코로나 같은 거구나. 역시나 인생은 알 수 없는 거다'라고 느꼈다. 매 순간 제 시간을 잘 쓰면서 살아가려고 했다."
핑클 데뷔 이후 유달리 말 한마디가 오해를 받을 때도 있는 옥주현이다. 끝끝내 무대에 오르게 한 동력으로 "어떤 일이 생겼을 때가 오히려 '이런 게 또 왔구나. 산이 또 하나 주어졌네'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안도감이 있다. 또 좋은 재료가 준다고 생각한다. 그 때문에 그것이 제 동력이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대처할 수 있는 거다. 작은 불씨가 큰 불로 이어지는 건, 저에게도 책임이 있을 거다. 오랫동안 제가 옥주현으로 알려진 게 양날의 검이라는 걸 안다. 저도 가끔 일부러 사용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물의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제 본분에서 부끄럽지 않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제 멱살 잡는 순간들이 저를 잘 잡아줬다. 많이 흔들려보니까 더 좋더라. 배우로서 가장 큰 보물 같다. 그런 일들이 덜 일어났다면 좀 덜 좋은 배우가 되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