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광 감독/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박성광 감독이 선배 이경규가 격려를 해줬다고 밝혔다.
앞서 개그맨 박성광은 지난 2011년 초단편 영화 '욕'을 연출, 제3회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 개막작에 선정됐고, 2017년 단편 영화 '슬프지 않아서 슬픈'으로 제11회 세계서울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2회 한중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1회 미추홀필름페스티벌 연출상을 수상하며 영화감독으로서의 열정을 발현해왔다. 그런 그가 '웅남이'를 통해 첫 장편 영화 감독 데뷔를 하게 됐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박성광 감독은 같은 꿈을 꾸는 후배 개그맨들에게 좋은 이정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웅남이'는 반달곰이라는 특별한 '비밀'을 가진 사나이가 특유의 짐승 같은 능력으로 국제 범죄 조직에 대항하여 공조 수사를 하며 벌어지는 코믹 액션. 단군 신화를 모티브로 100일 동안 쑥과 마늘을 먹고 사람이 된 쌍둥이 곰이라는 신박한 설정을 갖고 있는 가운데 박성광 감독이 김황도, 김황성 작가의 원안을 각색했다. 박성광 감독은 전해들은 사연을 담아냈다.
"제 지인의 지인한테 들은 건데 맹견으로 알려진 강아지를 키우는 분이 새끼 두마리를 낳았는데 다 키울 수 없어서 한마리를 분양했다가 3년 지나고 죽었다고 연락을 받았다더라. 똑같이 생겼는데 자기가 키운 강아지와 달랐다고 하더라. 투견으로 키워졌는데 본인의 선택이었으니 엄청 울고 힘들어한다는 사연을 들었다. 나도 동물을 좋아하다 보니 그걸 듣고 가슴이 아팠다. 글을 쓰다가 그게 갑자기 생각이 나면서 이야기가 풀어졌다."

영화 '웅남이' 포스터
더욱이 '웅남이'는 박성광 감독이 오랜 인연이었던 배우 박성웅을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다. 박성웅이 출연을 거절한다면, 작품을 엎을 각오를 할 정도로 간절했단다.
"각색하면서 더 박성웅 형님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박성웅 선배님 외에는 생각한 적이 없다. 형님이 거절한다면 다시 쓸지언정 다른 배우를 그 자리에 넣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시나리오를 쓰고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드리게 됐다. 형님의 스케줄이 딱 비는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형님을 생각하고 썼다고 형님 아니면 안 할 거라고 하니 좋아하셨다. 하지만 시나리오 보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라고 바로 답을 해주시겠다고 했는데 연락이 계속 없었다."
이어 "제작사와 자포자기하고 짐을 싸야 하나 생각할 때 연락이 오셨다. 많이 부족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리고 다음에는 더 열심히 만들어서 보여드리겠다고 마무리 지으려고 하는데 부족하다고 하시면서도 수정을 해서 같이 해보자고 하시더라. 캐스팅보드에 이름을 올리라고 하셨다. 완전히 반전이었다. 기분이 좋아지면서 길이 뚫리고 비도 그쳤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박성광 이전에 개그맨 출신 감독으로는 심형래, 이경규가 있다. 박성광 감독은 이경규에게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심형래 선배님과는 접점이 없어서 따로 뵐 수 없었고, 이경규 선배님을 촬영장에서 만났다. 상업 영화 감독 한다고 하니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투자 받았다고 하니 사기라고 하시더라. CGV 배급이라고 했더니 배가 아프다고 하셨다. 나중에는 개그맨 출신 감독이 잘되어야 한다고, 네가 안 되면 없다고 말씀해주셨다. 선배님은 이제 감독은 못하겠다고 제작을 하실 거라고 하더라. 감독이 아닌 제작해야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며 나중에 연락할게라고 하셨다. 그런 유머 섞인 위로를 해주셨다."

박성광 감독/사진=웅남이문화산업전문회사, CJ CGV 제공
박성광 감독은 단편 영화들과는 달리 자신이 잘하는 코미디 장르로 입봉을 하게 됐다.
"예전에는 계속 휴먼이거나 스릴러 섞인 로맨스였다. 개그맨 출신 감독이 왜 이런 걸 하냐며 결국 잘 안 풀렸다. 코미디를 택한 건 입봉은 해야 하니 성사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내가 잘하는 거 해보자였던 거다. 코미디는 자신은 있었지만, 부담감이 컸다. 단편 때는 서정적인 내용이었다면 코미디 대본을 배우들이 연기하게끔 디테일하게 쓰려니 너무 어렵더라. 또 영화는 개봉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트렌디함을 잡는게 힘들었다."
이처럼 박성광 감독이 자신 있는 코미디를 택한 만큼 관객들의 기대치도 높을 수밖에 없다. 박성광 감독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 되기를 기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중에 어떻게 보일지가 나의 가장 큰 고민이자 스트레스다. 인플루언서분들 모시고 시사회를 했는데,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더라.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으니 큰 욕심 내지 말고 일단 부딪히자는 마음이다. 힘들 걸 각오하고 만든 작품이니 기도만 하고 있다. 다만 영화감독을 꿈꾸는 후배 개그맨들이 연출을 못하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개그맨 박성광인 걸 알고 투자가 철회되는 순간이 다수 있었다. 직업을 숨길까도 생각했었는데 자부심을 갖는 개그맨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술 먹으면서 운 적도 있다. 내가 후배들이 가는 길에 좋은 이정표가 됐으면 좋겠다. 입봉작이니 관대하게 봐달라. 마음 놓고 편하게 즐기시기를 바란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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