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호에게 '옷소매'는 보물 같은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지난 1일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이 17화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옷소매'는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와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제왕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
극중 이산(정조)를 연기한 이준호는 탄탄하고 섬세한 연기력으로 새로운 이산을 탄생시키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또한 '옷소매'는 5.7%(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했지만 점점 입소문을 타면서 상승 곡선을 탔고, 결국 마지막 17화에서 17.4%라는 기록을 이뤄내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아직 '옷소매'의 여운에 흠뻑 빠져있다는 이준호는 헤럴드POP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자꾸 우리 드라마의 공식 영상들이 있는 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팬 여러분이 어떤 마음으로 보셨는지 확인하는 것 같고, 저 역시 그런 마음을 갖게 되더라. 드라마 현장이 뭐낙 좋았어서 메이킹이나 기타 연기에도 잘 표현이 된 것 같아 너무 좋다. 그리고 사랑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어렸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꾸준함으로, 묵묵히 그렇게 지내왔는데 큰 사랑을 받게 돼 너무 기뻤다"고 밝게 답했다.
이어 "라디오 때는 종영을 안했기 때문에 더 (여운이)그랬던 것 같다. 드라마가 1월 1일 마지막 방송이 끝나고 나아질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스케줄 끝나고 돌아가면 혼자 좀 공허하게 멍을 떠리게 되는 것 같다. 진짜 내가 전생에 그 인물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살아왔던 현장이 지금 없다고 생각하니 아쉽고, 지금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혹 들 정도로 완벽한 현장이었다. 그래서 여운이 길게 가지 않을까 싶은데 또 벗어나야하는게 제 숙제니까 시간이 흐르면 나아질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산 정조는 많은 배우들을 통해 재탄생 됐다. 준호가 해석한 이산은 어땠을까.
"실존 인물이시고 많은 역사적 사료가 있다고 해도 온전히 판단하기 어렵지 않나. 오롯이 저의 숙제였다.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까' 하면서 그나마 도움을 구하고자 했던 게 책이었다. 이 책들에서도 결국에는 이 인물을 찾는게 어려웠다.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 애민정신으로 나라를 통치했지만 자기 자신에게 엄격하고 궁인에게 엄격했던, 하지만 잘 챙기셨던 왕으로 전해지고 있지 않나. 제 성격과 닮아있는 부분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이준호는 세손시절부터 왕위에 올랐을 때, 그리고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정조를 연기했다. 오롯이 연기만으로 시청자들에게 그 차이를 느끼게 했고 감동을 선사한 것.
그는 청년부터 결혼 후, 중년까지 눈빛과 말투, 걸음걸이, 말의 속도 등을 가지고 차이를 가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성덕임이라는 인물은 생각시, 궁인, 의빈 시절로 신분을 보여줄 수 있었고 머리 모양도 달랐는데 정조는 외적으로 고민했을 때 곤룡포 색깔이 바뀐다는 것 말고는 없더라. 청년일 때는 눈에 패기를 보여주고 싶어서 빈틈이 없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고 왕이 됐을 때는 무거움은 내려놓되 편전에서 통치하는 모습을 카리스마로 두고 싶었다. 그때부터 목소리도 느려지고 툭툭 던지는 말투를 쓰려고 했다. 말년에는 수염을 붙이면서 더 마음이 편해졌고 힘이 빠진 모습을 표현하려 했다. 걸음걸이도 그렇고 입술에 힘도 뺐다"
밝은 촬영현장이 담긴 비하인드도 큰 화제를 모았다. 이세영과 좋은 케미를 보였던 이준호는 비하인드 속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놀랐다고.
"우선 저 역시 예전보다는 조금 여유가 생겼다고 생각이 드는게 메이킹을 보면서였다. '나도 이런 장난을 칠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나도 저렇게 여유를 가지고 있었네' 하면서 여태까지 했던 다른 현장들이 아쉬웠다. 왜 내 자신이 여유롭지 못했을까, 즐겁게 해주지 못했을까 생각했다. 아직도 저는 배역과 제 모습 자체의 온앤오프가 쉽지 않다. 그런 집중력을 가지고 가는 것이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지만 연기를 하면서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가져가려고 한다.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성덕임 덕분인 것 같다. 산이는 성덕임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현장에서 그런 마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산이가 편할 수 있었고, 저는 산을 연기했기 때문에 편하게 장난치고 하는 모습들이 자연스럽다 생각했고 자연스럽게 나왔다. 그러다보니 메이킹을 봐주시는 분들도 재밌다고 하시고 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신 것 같다.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나 '자백' 같은 경우는 분위기가 없긴 했다. 그렇게 배역에 몰입하다보니 이번 촬영은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또 이세영 씨가 워낙 웃음이 많고 분위기를 잘 잡아준다.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가 컸다"
목욕신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명장면으로 손꼽히고 있다. 이준호는 "사실 2021년 내내 식단을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목욕신을 위해 열심히 하다가 그냥 익숙해진 것 같다. 또 식사 시간이 확실히 정해져있고 분량이 정해진 상태에서 식사를 하고 개인적으로 시간을 갖기에는 저한테는 부족한 느낌을 가져서 식단을 하는 김에 차에서 닭가슴살, 고구마를 먹으면서 대본을 봤고, 식단은 특별한 일이 있기 전에는 계속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준호가 연기하면서 다소 아쉬움이 남았던 장면과 가장 만족감을 얻었던 장면이 어디였을까.

준호는 아쉬웠던 신으로 호랑이 타위 장면을, 만족스러웠던 신으로는 5화 엔딩을 꼽았다.
"아쉬움이 남았을 때는 타위할 때다. 호랑이를 잡으러 갈 때 상대가 있으면 좋겠는데 호랑이는 직접 둘 수가 없지 않나. 길다란 나무 막대기에 테니스 공을 꽂아서 스태프분이 '호랑이다' 해주셨다. 그걸 보고 연기를 해야했다. 그런 상황이 아쉬웠다. 만족한 부분은 5화의 엔딩씬 같다. 감정이 그렇게 격양될 것 같다는 생각을 못했었고 대본에도 없었다. 영조 선생님과 촬영하다 흘러나오는 감정을 가지고 덕임과 대화를 하는데 자연스럽게 눈물이 흐르면서 연기가 진행됐었다. 감독님께 제가 너무 일찍 감정을 터트린게 아닐까 말씀 드렸더니 감독님은 마음에 들어하셨다. 다행히 그 장면은 한 번에 지나갔다. 대본과 다를지라도 그렇게 흘러갔는데 허용해주신 감독님과 그걸 그대로 받아준 성덕임에게도 고마웠다. 그 때 가장 만족스러웠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준호. 그는 기억에 남는 댓글이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 막 반응들을 많이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가장 좋은 칭찬은 그 인물처럼 보인다는 칭찬이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실제로 그렇게 보이려고 노력을 해왔고 준비를 했기 때문에 정조, 이산처럼 보인다는 말이 가장 극찬인 것 같다. 그럴 때 정말 뿌듯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었다.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품을 연기하는 만큼 이에 대한 부담감도 존재했을 터. 준호는 사실을 확실히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드라마 시작 전 표기를 하지 않나. 사실을 기반으로 만든 픽션입니다' 라는 표현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이번에도 드라마 촬영을 하며 모두가 신경 쓴 부분이다. 사실을 어떻게 더 사실적으로 표현할 것인가. 어떻게 인사했는지, 어떻게 어도를 지나다녔는지 신경썼다. 모두가 공부하고 연기한다해도 부족한 부분은 무조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 있어 역사를 사랑하시는 분들께는 미흡한 부분이 잇었을지 모르겠지만 정확히 전하려고 노력했고. 열심히 지켜진 것 같아 기쁘다"
배우로 활약 중인 이준호의 '안녕하세요. 2PM 이준호입니다'라는 인사법도 커뮤니티 등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를 사랑하는 팬들이라면 감동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인사기 때문. 이와 관련 준호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저는 자연스럽게 들리는 인삿말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익숙해져서, 저의 머리 속에 박혀서 자연스러운 호흡처럼 나오는 인사일 뿐이다.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돌 가수로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도 굉장히 많지만 편견에 싸우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는 것 같다. 저 같은 경우는 의식하지 않고 맞서는 것 같다. 아이돌 가수가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의식이 되는 부분도 사실 없다. 내가 잘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런 인사에 있어 많은 아이돌 팬들이 뿌듯함을 느껴주시니까 감사하지만 그렇게 인사하지 않는다 해서 싫어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어 "저는 그냥 저대로 묵묵히 열심히 할 뿐이다. 아마 제가 연기를 계속 하면서도 가수 생활을 하고 있다면 이런 프레임은 평생 가져가야하는 숙제인 것 같다. 그런 것에 있어서는 부담감이 있진 않다. 계속 잘해나가겠다는 자신감이 있다. 그리고 투피엠이 함께 무대에 셀 계획과 마음은 가지고 있다. 최대한 좋은 모습으로 좋은 퍼포먼스로 나오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준호는 '옷소매'를 선물 같은 작품으로 정의내렸다.
"정말 선물과도 같은 작품이다. 단순 작품이 아니라 8개월간 함께한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행복했던 현장이라 잊을 수 없는 현장이다.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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