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엽이 복수의 칼을 꺼내 들었다.
지난 19일 방송된 MBC 수목 미니시리즈 ‘미치지 않고서야(연출 최정인/극본 정도윤)’에서 세제 없는 식기 세척기 백 만대 판매 신화의 주역 개발1팀 팀장 한세권으로 분한 이상엽은 선 굵은 연기로 드라마의 갈등을 촉발시키며 시선을 모았다.
전 장인이었던 당자영(문소리 분)의 아버지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아진 것을 보고 죄책감을 느낀 한세권은 술에 취해 자영의 집을 찾았고, 이어 자영을 찾아온 최반석(정재영 분)의 모습에 화를 내며 나가 버렸다. 하지만 자영의 집 화장실 욕조에서 눈 뜬 한세권은 지난 밤의 술주정을 떠올리며 망연자실했다. 차마 하지 못했던 죄송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 뇌이는 세권을 본 자영은 세권을 배웅하며 더 이상 미안해하지 말고 이정도로 정리하자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었다.
하지만 평화는 잠시였다. 세권은 반석이 개발중인 홈트미러 고장진단 기능을 시연회에서 빼려고 수작을 부렸지만 백그라운드 기능을 이용한 고장진단 기능을 선보이자 말을 잇지 못했다. 여자친구인 나리(김가은 분)에 이별선언에도 멈추지 못한 세권의 복수는 반석을 넘어 한승기(조복래 분) 사장에게까지 향했다. 한승기와 사이가 좋지 않은 한명E&C 사장과 접촉해 홈트미러 기술과 인력을 빼내려는 작전을 세운 것. 회식 자리에서 홈트미러 개발 직원들을 구분해 회유하려는 세권의 모습은 또 다른 사건을 예고했다.
이상엽은 코믹과 분노 유발이라는 양극의 감정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캐릭터의 묘미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 횡설수설하는 말과 불분명한 발음, 의지와 상관없이 휘청이는 몸으로 큰 웃음을 선사한 이상엽은 오피스 드라마를 단숨에 코미디 드라마로 장르를 바꾸며 긴장감을 해소시켰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웃음속에서 이상엽은 눈빛만으로 모든 상황을 압도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작은 부분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에 현실성을 더해 더욱 무섭게 다가오는 이상엽의 연기는 인물 간의 갈등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고, 나아가 선과 악을 극명하게 구분하며 극 전체의 상황을 주도한다. 배우가 가진 매력으로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구축해가고 있는 이상엽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종영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MBC 수목 미니시리즈 ‘미치지 않고서야’는 격변하는 직장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n년 차 직장인들의 치열한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이다. 매주 수, 목요일 저녁 9시에 방송된다.
사진 제공=MBC 미치지 않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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