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헤럴드POP=박수정 기자]"흥행드라마의 배우들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배우들을 만날 때마다 캐릭터에 빠져 있는 모습이 진심이었다."
‘터널’ 신용휘 감독의 말이다. ‘터널’(극본 이은미/연출 신용휘)은 냉정히 말하면 약한 캐스팅일 수도 있다. OCN ‘38사기동대’는 마동석과 서인국, OCN ‘보이스’는 장혁과 이하나였다. 뒤를 잇는 OCN ‘터널’은 최진혁의 군 이후 복귀작, 이유영의 드라마 데뷔작이란 점에서 눈길을 끌었지만, ‘흥행배우’란 타이틀에 완벽하게 들어맞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시그널'의 아류라는 오해도 벗은 '터널'은 OCN 최고 시청률도 달성하며 성과를 거뒀다. 최진혁, 윤현민, 이유영 모두 ‘터널’로 흥행배우 반열에 들어섰다.
# 최진혁, 치열한 고민의 결과
최진혁은 1980년대에서 2017년으로 넘어온 형사 박광호 역을 맡으며 액션과 감정을 오가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특히 2017년에 넘어와 혼란스런 모습을 연기하면서 아내의 죽음과 자신의 비슷한 나이대로 커버린 딸 신재이(이유영 분)를 만나는 장면 등을 소화해야 했다. 또한 자신보다 늙은 전성식(조희봉 분)에게는 반말을 하며 1980년대 형사로서 2017년을 살아야 했다.
그는 ‘터널’ 기자간담회에서 “드라마에 허구적인 내용이 많아 배우에게는 상상력이 필요한 연기였다. 저도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럼에도 불만족스러웠고, 항상 방송이 나가고 나서 내 연기에 대해 회의감도 느꼈다”며 “늙은 성식과도 잘할까 걱정했는데 다 큰 딸이 튀어나와서 놀랐다. 너무나 어려웠고, 부담스러웠다. 잠도 못잘 정도였다”고 고민을 토로하기도 했다. 치열한 고민의 결과, 최진혁은 정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다혈질 박광호를 꼭 맞게 소화했고, 연기 공백을 말끔히 없앴다.
# 이유영, 첫 드라마 데뷔작
이유영은 2015년 제36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2015년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자배우상을 수상한 충무로의 검증된 배우. ‘터널’로 첫 드라마에 도전하면서 또 다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드라마는 영화와 제작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유영은 무리 없이 소화해 극에 녹아들었다. 윤현민은 “이유영은 드라마가 처음이라 어려워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센스가 있어서 금세 습득하더라. 순발력이 좋은 친구라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최진혁 또한 “영화를 먼저 경험해서 바쁜 드라마 환경이 무서웠을 텐데 잘 적응해서 기특했다. 연기를 보면서 할 줄 아는 친구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유영은 극중 연쇄살인마에게 목이 졸리는 위험한 장면도 해냈다. 이유영은 “그 상황을 다 찍지 않고 감독님이 필요한 부분만 요구를 해주셨다. 전혀 무섭거나 트라우마가 남은 것이 없다. 정신적 부담은 없고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터널’은 이유영이 충무로의 존재감뿐만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흥행배우로 성장하는 데에 일조했다.
# 윤현민, 주말극 왕자에서 주연급 배우로
윤현민의 성장 또한 눈부시다. 윤현민은 그동안 MBC ‘내딸 금사월’, KBS 2TV ‘뷰티풀 마인드’ 등에서 주연급 배우로 활약했지만, 서브 주연으로서 드라마를 뒷받침했다. ‘터널’에서는 2017년 엘리트 형사 김선재를 맡으면서 박광호와의 브로맨스, 신재이와의 로맨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과 범인을 향한 집념까지 다양한 감정의 높낮이를 표현해야 했다.
특히 스승처럼 따르던 최종 보스 목진우(김민상 분)의 정체를 알게 되고, 또 목진우의 도발에 괴로워하는 윤현민의 감정 연기는 윤현민이란 배우의 깊이를 알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윤현민은 “막상 촬영에 들어가 울분이 터져서 눈물이 나더라. 모니터로 보니 잘 나온 것 같아서 내가 이 캐릭터에 동화가 된 것 같다고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윤현민은 ‘터널’로 한층 더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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