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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팝인터뷰①]'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왜 좀비를 KTX에 태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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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사진=서보형 기자


[헤럴드POP=이소담 기자]'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왜 좀비를 KTX에 태웠을까?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제작 영화사 레드피터) 흥행 열기가 심상찮다. 지난 20일 정식 개봉한 '부산행'은 이틀 만에 210만 관객을 돌파하며 압도적 흥행몰이 중이다. 정식 개봉 첫날 87만 명을 동원한 '부산행'은 역대 오프닝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 인터뷰에서 "관객수 수치가 개봉일 다음날 아침에 어느 정도 확실시 되는데, 다들 결과를 보고 놀랐다"며 "투자배급사 NEW 측에서도 한 50만 명 정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그걸 훌쩍 뛰어 넘었더라. 처음엔 '명량' 만큼만 나오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부산행' 개봉 둘째날 수치가 '명량' 오프닝 스코어 정도가 나왔다. 정말 놀랐다. 관심이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이정도일 줄이야"라고 영화 흥행에 감사를 표했다.

개봉 전 '부산행'은 스포일러로 몸살을 앓았다. 악의적 스포일러 유포가 문제시 된 것. 이에 대해서도 연상호 감독은 "사실 스포일러에 대한 걱정은 안했다. 이 영화가 스포일러가 크게 영향을 미치는 내용은 아니라서 크게 걱정 안했는데, 다만 이야기는 할 수 있는데 악의적으로 스포일러를 유포하는 사람들이 있더라. 악의를 갖고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를 보게끔 만들어버리는 그런 건 문제가 있겠더라. 영화가 관심이 많아지니까 그만큼 반대편에서 아니꼽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 그런 측면에서 악의적으로 하는 게 안타깝지만, 영화가 개봉했으면 스포일러가 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부산행'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부산행 KTX 열차에 올라탄 사람들의 생존을 위한 사투를 그린다. 그렇다면 연상호 감독은 왜 영화 소재로 좀비를 택했을까? 그리고 좀비를 어떻게 KTX 열차에 태울 생각을 했을까?

"예전에 '지옥'이란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든 적 있다. 내 첫 작품이나 다름없는 영화였는데 그 작품을 마치고 다음엔 뭘 할까 생각하다가 '지옥'도 호러 판타지 영화였으니, 이번엔 좀비 영화를 해보면 어떨까 싶더라. 원래도 그런 장르를 좋아한다. 그래서 '서울역 좀비'라는 단편을 만들려고 준비를 했는데 사정상 못 만들게 됐다. 시간이 지나서 '돼지의 왕' '사이비'를 만들었고 그 다음 차기작으로 두 개의 시나리오를 놓고 고민 했다. 하나는 '돼지의 왕' '사이비'와 연장선상에 있는 미스터리 드라마였고, 다른 하나는 '서울역 좀비'를 장편화 시키는 프로젝트였다. 주변에서 그동안 장르 영화를 만들어왔으니, 이번에도 '서울역 좀비'가 더 좋을 것 같다고 하기에 '서울역'이란 장편 애니메이션을 준비하게 됐다. 그러던 중 투자배급사 NEW에서 '서울역'을 실사 영화로 리메이크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그것도 큰 예산의 대규모 블록버스터로 말이다. 그래서 '서울역'은 이미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 건데 그걸 또다시 실사 영화로 만드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했고, 역으로 내가 다시 제안을 했다. 만약 그렇다면 차라리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이다."

그렇게 연상호 감독은 암울한 분위기를 지닌 '서울역'은 원래 계획대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고, '서울역'에서 벌어지는 하룻밤의 이야기와 연결되는 서울역 출발 부산행 KTX에 올라탄 승객과 좀비의 이야기를 실사 영화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더욱이 연상호 감독은 블록버스터로 영화를 제작하자는 투자배급사의 제안에도 속으로는 규모가 작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KTX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만 담아내려 했다고.

연상호 감독은 "투자배급사에서는 예산이 커도 된다고 했다. 그럼에도 나는 원래 규모가 작은 영화로 만들 생각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KTX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로 영화를 구상했다. 그래서 예산을 줄이려고 했는데 배급사와 제작사에서는 규모를 키워서 블록버스터로 만들자고 하더라. 그래서 그렇다면 규모를 키워보자 싶어서 이야기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프리퀄 애니메이션이 된 '서울역'에 대해 "'서울역'에서는 노숙자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질 것이며, '부산행'에서 열차에 탄 사람들이 접하는 폭동 정부 발표에 대한 내용이 담긴다. 정부가 말하는 폭동을 진압하는 하룻밤의 이야기가 '서울역'의 주된 내용이 될 것이다"며 "특히 '부산행'에서 열차에 무임승차한 노숙자(최귀화)는 이미 서울역에서의 하룻밤을 다 겪고 난 뒤 열차에 올라탄 것이기 때문에 최귀화 배우가 연기할 때 공포심이 더욱 큰 상태서 연기를 시작해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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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제공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기차에 매달리는 좀비떼다. 연상호 감독은 "원래 처음 구상에선 없던 장면이었다"며 "영화를 촬영하고 편집본을 보면서 다음에 찍을 것들을 구상하는데, 무술감독이었는지 촬영감독이었는지 모르겠는데 누군가 영화가 심심하다고 그러더라. 뒷부분에도 뭔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이다. 그래서 아슬아슬한 액션신 같은 걸 하나 만들어야 하나 싶어서 알겠다고 생각해보겠다고 했었다"고 말했다.

"어떤 걸 추가해야 할까 생각을 하던 중 액션신이 아니라 그냥 아주 큰 그림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숙소에서 그림을 그려다가 조감독과 무술감독, CG담당 실장에게 보여줬다 그게 바로 기차에 매달린 좀비떼였다. 이런 걸 넣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니까 CG담당 실장이 당황하긴 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괜찮았다.(웃음) 원래 좀비가 기차를 쫓아가는 장면은 있었는데 매달리는 장면은 없었다. 스태프들에게 '이게 찍기 어려워 보이지만 어렵지 않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내가 어렵지 않게 콘티를 잘 짜서 가겠다고 말이다. 그 이야기를 꺼낸 후 아침마다 촬영장에 가면 CG팀 실장과 특수효과팀, 특수분장팀 셋이서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더라. 그러더니 어느 날 갑자기 '감독님 이거 될 것 같다.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미 60구 정도를 사용해서 기차에 매달고 좀비 분장을 한 배우들이 위에 올라타는 식으로 연출했다."

'부산행'은 순제작비 86억원 가량이 투입됐다. 100억 원의 제작비를 훌쩍 뛰어넘는 요즘의 대작 영화보다는 적은 수치다. 더욱이 연상호 감독은 당초 계획했던 70회차에서 67회차로 촬영 기간을 단축하는 놀라움을 보여줬다. 제작비 또한 초과되지 않고 남았다고.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에게는 참으로 알짜 감독이나 다름없는 그였다.

연상호 감독은 "촬영을 하면서도 회차가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너스레를 떨며 "심지어는 기차에 좀비가 매달리는 신을 추가로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차를 줄일 수 있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찍다 보니 다음 날 찍을 걸 오늘로 당겨서 미리 찍게 되더라. 그래서 회차가 줄었고, 그 덕분에 좀비가 기차에 매달리는 장면을 추가하자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뭐, 그래봤자 그 장면도 2회차 밖에 안 찍었다.(웃음) 제작비도 초과된 게 없다. 오히려 많이 남은 걸로 알고 있다. 그걸 확실히 느낀 게 촬영 초반에는 회식을 할 때 돼지고기를 먹었는데 촬영이 진행될수록 소고기를 먹더라. 하하. 마지막엔 전 스태프가 모여서 거의 소고기 파티를 했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한번은 제작부를 속인 적이 있었다. 보통 표준계약서에 따라서 하루 12시간 촬영이 기본이라 오전 7시에 집합을 하면 오후 7시까지 촬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촬영 기간 동안 저녁을 먹은 게 딱 한 번이었다. 만약 시간이 넘어가면 저녁을 먹고 촬영을 더 하거나 해야 하는데, 촬영 분량이 많이 남아서 시간이 길어질까봐 제작부에서 김밥을 주문했다. 그런데 촬영이 오후 7시에 딱 맞춰서 끝나버렸다"고 웃으며 "어떨 땐 오후 3시에 촬영이 끝나기도 하고 대부분은 다 오후 5시 이전에 끝났다"고 밝혔다. 그야말로 효율성으로만 따지면 끝판왕이나 다름없는 연상호 감독이었다.



☆★☆★이틀만에 210만 돌파, ‘부산행’ 연상호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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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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